중동전쟁이 가덕도신공항 공사비를 흔든다? 25조짜리 국책사업이 위태롭습니다
- 중동전쟁이 건설 공사비랑 무슨 상관인가요?
- 기술형 입찰, 왜 이게 특히 문제냐면요
- 물가변동 기준일의 함정 — 제도의 사각지대
- 실제로 얼마나 올랐을까? 숫자로 보기
- 위기에 놓인 사업들, 어떤 게 있나요?
- 업계가 요구하는 해결책은?
- 우리 생활과 연결되는 지점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쟁이 터졌습니다. 한국과는 멀리 떨어진 중동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 충격파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나라 건설 현장까지 날아왔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자재들 — 아스팔트, 플라스틱 파이프, 방수재 등 — 상당수가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만들어지거든요. 중동에서 전쟁이 나면 원유 수급이 불안해지고,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 모든 자재값이 연쇄적으로 뜁니다. 에너지 비용도 마찬가지예요. 대형 장비를 굴리고 현장을 운영하는 데 드는 유류비가 치솟으니까요.
그럼 이게 우리한테 무슨 의미냐면요 — 지금 한창 설계하거나 입찰 진행 중인 대형 공사들이 애초에 계산해 둔 예산을 한참 벗어나 버린 상황이 됩니다.
공공 공사에는 여러 입찰 방식이 있는데, 대형 국책사업에 주로 쓰이는 건 기술형 입찰이에요. 이 방식에서는 건설사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부 책임지는 턴키(Turn-Key) 방식이 많습니다. '열쇠를 돌리면 바로 완성된 건물이 나온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에요.
문제는 이 방식이 유독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정부가 입찰 공고를 내면, 건설사 컨소시엄(여러 건설사가 팀을 짜는 것)이 직접 현장 조사를 나가고, 기본 설계를 완성하고, 구체적인 공사비 견적을 뽑아냅니다. 지반 상태, 지형, 기상 조건까지 다 분석해야 하니 기본설계만 마치는 데 수개월이 걸리기도 해요. 공고 날짜와 실제 계약 날짜 사이에 1년 가까운 시차가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로 이 시간 차이가 지금 위기의 핵심이에요. 공고 당시 계산했던 공사비와 실제 계약할 때의 공사비가 완전히 달라져 버리니까요.
그렇다면 공사비가 오른 만큼 나중에 조정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여기서 현행 법 제도의 맹점이 드러납니다.
국가계약법에는 물가변동 기준일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쉽게 말해, '이 날짜를 기점으로 그 이후 오른 물가만 공사비에 반영해 드리겠습니다'라는 기준점이죠. 기술형 경쟁입찰에서 이 기준일은 '입찰일', 수의계약(경쟁 없이 특정 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계약 체결일'로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입찰 공고일에 물가 수준을 100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입찰일(기준일)까지 물가가 125로 올랐고, 그 이후 계약 때까지 150까지 올랐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준일 이후의 상승분 25는 조정받을 수 있지만, 공고일부터 기준일 사이에 오른 25는 건설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더 가혹한 건, 중동전쟁이 입찰 공고와 계약 사이에 터졌다는 점이에요.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공고는 작년 말에 났고, 예비계약은 올 11월 예정입니다. 전쟁은 그 사이인 올 2월에 발발했죠. 전쟁으로 급등한 공사비 대부분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딱 걸려버린 셈입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 중 토목 분야 수치를 보면 변화가 뚜렷합니다.
지수 자체로는 감이 안 올 수 있으니, 세부 품목 가격 변동률을 보면 더 실감나요. 4월 한 달 기준으로 아스팔트는 전월 대비 42.4% 올랐고, 폴리프로필렌 수지 32%, 아스콘(도로 포장재) 28.8%, PVC 수지 18.7% 순으로 뛰었습니다.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전부 석유화학 원료로 만들어진다는 것.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 모든 게 같이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바다를 매립하고 연약한 지반을 처리하는 대규모 토목 공사라, 유류비와 자재비 비중이 특히 큽니다. 지금 같은 물가 상승이 계속된다면, 공사비 급등의 충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요.
가덕도신공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쟁 발발 이전에 이미 입찰 공고가 나간 대형 국책사업들이 모두 비슷한 처지예요.
이 외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전국 공공사업 규모를 합치면 25조 원을 훌쩍 넘습니다.
— 건설업계 관계자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하나 더 있어요. 대형 국책사업에는 원청 건설사뿐 아니라 지역 중소 협력업체들이 하도급으로 다수 참여합니다. 원청사가 공사비를 조정받지 못하면 하도급 업체들도 비용을 보전받을 길이 없어지고, 경영이 어려워진 협력사들이 공사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입니다.
건설업계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의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한시적 특례 도입입니다. 중동전쟁처럼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 대외 변수로 공사비가 급등했을 때, 물가변동 기준일 이전 단계에서도 사업비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훈령 등으로 제도적 근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죠.
두 번째는 물가변동 기준일 재설정입니다. 전쟁,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기준일을 '입찰일'이나 '계약일'이 아닌 '입찰 공고일'로 앞당겨 설정하자는 제안이에요. 그래야 공고 이후 발생한 물가 상승 전체를 반영받을 수 있으니까요.
— 건설업계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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